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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이 내렸다. 대부분 처음에 대한 기억은 강하다. 새로운 장소를 방문했을 때, 맛있는 요리를 먹었을 때처럼. 기억 속에 첫눈은 흩날리며 사라지는 것이었다. 강렬하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물과 결정 사이의 형태로 스쳐 지나갔다. 옷과 머리칼에 묻으면 금방 흡수되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썩 예쁘지도 않은 눈이다. 금방 왔다가 사라질 것들. 나무뿌리로 스며들어 겨울잠을 적시는 것들. 차라리 겨울비가 낫겠다 싶었다.

   백십칠 년. 첫눈이 세기만에 폭설로 찾아왔다. 적어도 오늘은 사라지지 않을 것들이었다. 높게 쌓여 잘 스며들지도 않았다. 누빔 이불처럼 겹겹이 흙 위에 쌓여갔다. 하얗고 차가운 눈이 닿는다. 우연히 잡게 된 커다란 결정 뭉치. 여섯 개의 뾰족한 날을 자랑하며 날아왔다. 긴 세월을 돌아 찾아온 너는. 강렬한 기억을 심어주고 또 멀리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기가 지나면 보지 못할 테니, 반세기만 있다가 보러 와 주길 바랐다.
   도쿄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신주쿠에서 생활했다. 아직도 단풍이 한창이었다. 똑같이 생긴 노랑과 붉은 잎들이 줄지어 박혀있었다. 그럼에도 예쁘다 생각했던 건 이곳의 나무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교차로와 건물들. 신호가 바뀌자 몰려드는 사람들. 좌측 운행을 하는 택시와 버스들. 나는 그것들을 처음 본 사람처럼 지켜보았다. 마치 처음 지구에 방문한 사람처럼.

   신주쿠교엔에는 ‘어머니와 자식의 숲’으로 불리는 잡목림이 펼쳐져 있다. 여러 가지 수종의 활엽수가 혼효되어 있는 활엽수림이다. 생산성이 낮은 쓸모없는 불량림(不良林)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이것들을 불량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메타세쿼이아가 만들어준 주황의 그늘. 단풍과 은행이 내려준 붉고 노란빛.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건네는 안정. 목적 없이 걸었다. 큰 나무는 어머니처럼 외곽을 감싸고 작은 나무는 자식처럼 품어져 있었다. 사이에 광활한 풀밭에선 도시의 아이와 엄마가 앉아서 도시락을 먹는다.
   광활한 초원을 본 적이 있었나. 푹신한 풀이 이루는 지평선과 나무숲을 보았다. 어루만질 수 없을 만큼 큰 것을 보면 어떤 감정이 생겨났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 감동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 그것도 아주 큰 감동. 처음엔 느끼며 곧이어 마음이 따라간다. 처음 본 나의 마음과 걸었다. 잘 매만져 곱게 꾸미지 않은 날 것의 모습을 따라갔다. 처음은 곧 낡음이 된다. 빛바랜 것들은 나름의 흔적을 갖게 된다. 소홀하게 다루면 처음이 무색해지겠지. 추위에 몸을 본능적으로 움츠려 꼭 쥔 것처럼 간직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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