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은 공기처럼 곁에 있는 걸까
기억납니다. 골목을 찾아서 들어갔던 날. 비가 좀 오고 하늘은 수국처럼 피었던 날. 왜 그랬을까요. 서울의 거리엔 뭐든지 많았어요. 차도, 사람도 가끔 보이는 동물도. 길가에 가지런히 놓인 꽃과 화분들. 팔려고 놔둔 거지만 보는 건 무료라 애써 한번 더 쳐다봅니다. 시들기 전에, 한창 예쁠 때 누군가 데려가야 할 텐데요.
난잡한 거리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골목으로 들어간 건 혼자였습니다. 외로움을 느끼고 사람을 피해서 들어갔습니다. 어쩌면 찾고 싶어서 들어갔을 수 있겠네요. 모순 같은 일이 매일 일어납니다. 차가우면서 따뜻하다. 날카로우면서 다정하다. 무표정이지만 알 사람은 안다. 과묵하지만 수다스럽다. 군것질은 싫어하지만 인스턴트를 즐긴다. 건강을 생각하지만 술을 좋아한다.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이다. 정의롭지만 비겁하다. 용감하지만 겁이 많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피했다. 사랑을 원하지만 주는 게 서툴다. 사람도 사랑도 좋지만 있으면 좋았겠지만 상상만 해도 어렵다. 처럼요.
시선은 까맣게 변했습니다. 색 없이 명과 암으로 보면 단순했습니다. 다채로운 색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습니다. 어려웠다고 할까요. 단순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려 했습니다. 생각의 과분함은 넘치고 부정적으로 흐르는 성질이 있었어요. 감당할 수 있을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건 아니고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을 나이였습니다. 아직은 버거운가 봅니다. 모든 걸 도피하려 했나 봅니다. 예쁜 것을 예쁘게 보지 못하게 된 시선을 탓하고 싶었습니다. 욕심과 바람 때문에 변하고 변했고 변해가는 게 싫었습니다. 결국 모든 건 시선 탓이었습니다.
성북동 거리를 걷는데 좋은 커피 향이 났습니다. 들어가서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걸음에 집중했습니다. 향은 내내 맴돌았고 결국 마시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욕구를 삼키고 나아가게 했을까요. 항상 나아가려는 습관이 베었나 봅니다. 두 발이 그걸 기억하는 일은 두 손과 몸과 머리도 알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어갔나 봅니다.
버거움이 이유 없이 몰려옵니다. 골목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사람을 피해서 거리를 떠났습니다. 다시 돌아가야 할 운명이지만 방황을 즐기려 잠시 걸어봅니다. 목적지는 따로 없습니다. 있던 자리로 돌아가 모두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커피 향이 그리울 때 다시 돌아와 걸어봅니다. 다채로운 시선을 가지고서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