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게 된다면 말입니다
한적한 지하철을 탔습니다.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왔습니다. 모습이 예뻐서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자리도 많았는데 왜인지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이유는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수화를 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이름 모를 연인은 마주 보아야만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오랜 여운을 남겼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의 심정이었습니다. 음성으로만 듣고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봐온 것이 겨우 이거였습니다. 다양함을 수용하려고 노력했지만 물거품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넓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한없이 작은 사람으로 살고 있었던 겁니다. 요즘엔 여행이 가고 싶어 졌습니다. 생소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것들을 놓치고 살기엔 너무나 짧은 생입니다. 세상은 내가 본 만큼만 작동하고 굴러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사랑을 전하는 데는 수단이 많았습니다. 마음이 섞인 말이 제일 진심이라고 느꼈습니다. 차선으로 시선과 편지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게 하고 싶은 게 사랑이었습니다. 사실 일정한 형태가 아닌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불안정한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불편함이 주는 감성과 도처에 널린 낭만이라고 하는 것들을 인스턴트처럼 먹고 커지는 것입니다. 크기도 일정하지 않으며 원하는 대로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맛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었고 색과 향이 있는 줄 알았는데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노부부에게서 보았습니다. 손짓으로 건네는 대사의 내용은 모르지만 분명 사랑이었습니다.
떠나게 된다면 말입니다. 나는 어쩌면 사랑을 보고 싶어서 그랬을 겁니다. 과거에는 혼자 어디를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두려움 보다 세상의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것 같습니다.
짐은 많이 챙기지 않았습니다.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웠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