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잘 먹고 잘 컸습니다



   우선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직업을 가지고 삶 속에 물들어 있는 게 일이라는 거다. 재능을 살리는 사람, 단순한 행동을 재능으로 만드는 사람.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맞벌이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부모, 어쩌다가 하게 된 일, 오랜 시간 노력을 쌓아 얻게 된 일, 좋아해서 하는 일,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과정과 이유는 각자의 사정에 달려있으며 와닿는 가치도 서로가 다른 게 분명하다.
   좋으나 싫으나 일을 한다는 건 고르게 일군 땅과 같았다. 생이라는 줄기가 자라기 위해선 지탱해 주는 튼튼한 흙이 필요했다. 때로는 기둥이 되어주며 등을 떠미는 파도와도 같았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해 주며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게 하거나 포기를 부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맡은 바 나아가길 바라곤 했다.

   여자는 시골에서 자라 상경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한 직장에 오래 다니고 싶었다. 단순하지만 사포같은 세상에 뛰어든 건 무모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시절 작은 월세방을 구해 누이와 살았다. 외딴 도시는 잔인할 정도로 차가웠고 정이라곤 없는 치열한 터전이었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버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은 꾸준하게 배우고 질리도록 출근하는 일뿐이었다. 사람이 가진 것 중 흔하고 쉽지만 지속하기 어려운 것은 습관을 들이는 것과 점진적 걸음이다. 일정하게 지치지 않고 움직이기 위해 원동력이 필요했다. 여자에게 가족은 그런 존재였다.
   직장 다니는 게 재밌어요?
   여자는 무미건조한 말을 전해왔다. 재미는 무슨, 그냥 하는 거라고. 삼십 년을 다닌 직장이었다. 삼십 년을 해온 일이었다. 독한 성격도 아니었고 태생적으로 부지런함을 선물 받은 사람도 아니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 뿐이다. 두 남매를 맞벌이로 키워야 했다. 가족이라는 틀이 생기면서 책임은 덤으로 따라왔다.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제쳐두고 벌이에만 집중했던 날이 많았다. 품다 나온 두 아이에게 보다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싶어서 그랬다. 고요하게 흘러가면 좋았을 일상인데 썩 그러지 못한 날들이 있었나 보다. 그럼에도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주저앉을 시간조차 없이 달려갔다.

   은퇴가 다가왔다. 여자는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직장을 그만둘 때가 되어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자신에게 남는 게 한 개도 없는 것 같다고. 가끔은 스스로를 위해 살 걸 그랬다고. 나름 후련하게 고백한 마음이 후회 섞인 한탄이었다. 허무한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그래서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이 없었다.
   든든한 퇴직금은 나예요, 무슨 걱정 이래?

   여자에게 말을 전했다. 덕분에 잘 먹고 잘 컸다고. 이제는 갚고 살겠다고.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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