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先生)
먼저 살아온 사람들이다. 앞서 간 게 아니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실 돌아간다 한들 똑같이 살아갈 것이다. 선택을 다르게 한다고 달라질 생이 아니었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진 것일지 모르는 어른. 기준도 정해져있지 않고 취득을 해야 하는 자격이 아니었다. 흐름에 떠밀려온 자아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등에 지고 있는 책임은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만 같다. 내려놓으면 철이 없다고, 나잇값 못한다고 하는 세상이다. 갖고 싶어서 늘 이끌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어떤 동화 속 당나귀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물에 빠졌을 것이다. 눈 녹듯 사라지는 건 소금뿐만이 아니었으니까.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선생은 높은 확률로 배울 게 많다. 본보기가 되어 누군가의 우상이 되기도 한다. 어른의 어른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마치 엄마의 엄마를 궁금해하는 것처럼 의문을 품었다. 가르친다고 배워지는 게 아닌 것들. 단순하게 그대로만 살아가면, 걸었던 발자국에 포개어 걷기만 하면 닮을 수 있을까. 진심으로 사람을 위하면 어른의 모습이 될 수 있을까. 그보다 진심으로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감히 작은 그릇에 담을 수 있을까. 어른의 선행을 선행하기로 했다.
좋은 모습만 배우기엔 삶은 유연하지 않았다. 열 시간을 넘게 잔 뻐근한 몸처럼 굳은 게 삶이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배운 것들이 있었다. 때로는 할퀴고 베고 짓뭉개는 일. 음해하고 진심으로 원망하고 질투하고 불행을 바랐던 일. 생에 지고 있던 무게보다 검게 변한 손과 입과 눈이 시리고 무거웠다. 이것들은 그대로 남아서 썩어가고 있었다. 병원에 가서 잘라주세요 한다고 떨어질 것들이 아니었다. 애초에 져버릴 용기는 있었던가. 미움받고 대놓고 욕할 자신은 있었던가. 결국 거름인 줄 알았던 검은 것들은 타고 남은 재보다 못했다.
선생을 따라간다. 이미 누군가에겐 선생이다. 아쉽게도 현재는 뒤를 돌아 볼 여유가 많이 없다. 그렇다고 앞만 보고 가는 것도 아니다. 느린 어른이 되어갔다. 아끼는 것도 많아졌다. 앞이 보이지만 장님처럼. 듣고 말할 수 있지만 벙어리처럼. 욕심은 날카롭게 손질한다. 필요한 만큼만 뽐내기로 한다. 아직도 많은 선생을 보고 걷는다. 사람들의 잘난 모습도, 치부도 필요하다. 골라서 그릇에 담아두었다.
발자취는 길을 잘 일러주고 있을까. 선생을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