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의 의인화



   콘서트를 갔다. 내향인의 집합소여서 그런지 관중석은 조용했다. 아니 차분하게 들떠있었다. 세계적인 밴드의 라이브를 듣는다. 손목에 찬 LED 팔찌에 색이 들어선다. 오만 명의 빛은 밤을 비추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우리였을까, 우리를 위한 단 한 사람이었을까. 살면서 소리 지르고 방방 뛰는 순간은 드물다.

   수영을 하고 나오는 길.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저녁 메뉴를 고른다. 볼로네제와 화덕피자, 트러플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앞에 당신이 있다.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서 수수하게 예쁘다. 화장기 없는 맨얼굴과 건조한 머리칼. 은은한 조명 밑 둘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곧 주문한 음식이 플레이팅 되었다. 화덕피자가 좋다고 했다. 나는 사실 음식 맛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나는 당신을 위한 나일까. 당신은 나를 위한 당신일까. 미묘하고 헤아려 알기 어려운 사이. 눈이 부시어 어릿할 정도로 찬란하다. 혹은 화려하다. 한 밴드의 공연장에서 느꼈던 기분. 마음이나 시선이 혹해서 달 뜨던 순간. 정선의 밤은 그랬다.
   삼십 도가 넘는 요즘. 녹음이 가득하고 낮에도 안개가 낀 듯 하얀 여름이 절정이다. 땀이 워낙 많이 흐르고 갈증이 나는 게 별로지만. 수박을 밖에 가져다 파는 아저씨도 몹시 더워 보인다. 부동산을 지키는 중개인 아주머니도, 슈퍼에 물건을 가져다주는 택배 기사님도.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계절 하나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곧 매미가 울겠지. 뜨거운 여름을 만끽하자. 처음은 뭐든지 그랬다. 금방이라도 타서 없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름 기분 좋은 불안이다. 안정이다. 잃지 않기 위해 늘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건 처음만 가질 수 있는 거였다. 아찔하게 뜨겁고 가까운 사이. 우리의 여름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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