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기억
유독 마음이 끌렸던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다 대화라는 건 듣기와 말하기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수단이다 진심의 정도가 다른 문장들이 오고 간다 문장과 목소리 톤에 섞인 감정을 내세우며 몰랐던 사실을 알기도 한다 물음이 말끝에 붙는다 적나라하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를 알려주려 애쓰는 중이었다 그땐 그랬어요 그럴 땐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걸요 나는 따뜻한 커피를 좋아해요 우리 아빠는 당뇨가 있어요 어릴 적 물에서 놀다가 사고가 났는데 여전히 물을 무서워해요 거짓말하는 사람이 싫어요 비 오는 날 보다 맑은 날이 더 좋아요 느끼한 음식이 싫어요 나에게 있어서 일은 애증이에요 책임감 있는 사람이 좋아요 나는 달리기를 해요 평소엔 글을 쓰고 많이 읽으려고 해요 사진을 좋아해요 얼굴의 미세한 근육을 무의식중에 관찰할 때 당신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알게 됐는데 같이 웃고 울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걸 함께 하기보다 당신이 싫어하는 걸 안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은은한 안정감을 좋아해요 말 수가 적어 속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당신 앞에선 수다쟁이가 됐어요 우연히 터널을 지날 때 들었던 올드 팝송 적당한 백열등 빛의 가로등 밑을 지나가며 창문을 조금 열었는데요 어떤 계절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적당한 온도의 바람이 볼을 스쳤어요 컵홀더에 넣어둔 차가운 커피가 밍밍해지도록 이야기했어요 손을 잡고 있느라 마실 시간도 없었죠 그만큼 기분 좋은 순간이었으니까요 당신이 곁에 없어도 그 순간들을 양손에 머금어 간직했습니다 몇 안 되는 행복한 순간이었으니까요 가끔 그립고 힘들 때 주먹을 펴고 장면들을 펼쳐 보려고요 지금의 나는 나름 좋아요 그리고 어느새 더 좋은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버티는 계절인데 어쩐지 추억은 많아지는 계절이다 낮은 밤하늘에 소금 같은 별이 보이고 유독 큰 보름을 마주친다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매미소리 수박 산들바람 얼음 사각거리는 소리 그리고 당신 여름을 견딜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