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형의 틀



   여름은 없는 계절이었다. 미역에 발이 감겨 물에 빠졌다. 어릴 적부터 수영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때의 공포는 수년을 따라다니며 폭염에 열을 더했다. 발이 닿는 수영장에 다녀왔다. 트라우마는 극복하는 것이라며, 마음 열기에 달렸다. 여름의 물은 참으로 시원했다. 추울 정도로 바람이 차게 느껴지고 과열된 시기를 늦추고 진정시키는 듯했다. 스노클링을 갔다. 바다는 발이 닿지 않는다. 우리가 같은 물결을 헤엄친다. 혼자가 아닌 둘의 돌아올 여름이 기대된다.
   ‘우리’는 무형의 틀이다. 다른 세계의 살던 이방인 둘이 만난다. 여기까지가 내 땅, 남들은 넘지 못하는 울타리. 그걸 넘나들고 있다. 우리가 겪는 일은 익숙하면서도 처음 겪는 일이 된다. 혼자, 남과 하던 일을 한 울타리에서 이뤄나가고 있다. 식사, 안부, 여행, 대화처럼 지극히 일반적이고 보통의 것들이다. 처음은 뭐든 설레고 어려운 법이었다. 기다려지고 지켜내고 싶은 순간이었다. 매년 돌아오는 첫눈이, 기록적인 장마가 익숙하지만 기억에 남는 이유도 같다.
   나무는 눕지 않으려 한다. 초심을 간직해야 한다. 그건 누군가의 처음도 이해하는 마음도 포함하고 있다. 서툴게 나아가는 걸음을 북돋아 주는 것이다. 초록 잎일 땐 볕을 가려 적당한 온도를 만들어준다. 바래져 노랗게 물들 때면 적당한 온도의 바람과 다가간다. 낙엽이 되어 떨어져 찬 바닥을 덮어준다. 새 계절이 오면 익숙함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검은 머리 짐승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정하고 거짓되지 않은 사람. 나는 사람으로서 너를 대한다. 상대적이기 보다 절대적이고 싶다. 무언갈 바라며 주고받는 게 아닌, 그저 건네고 싶은 마음이다. 만남은 시대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질문을 낳았다.
   여생을 같이 나면 어떨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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