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잘 지내는 우리를 빗는 말



   이불을 털고 밖에 나가 보았습니다. 담장에 빗금 친 빛줄기는 너무나도 찬란했습니다. 올해는 유독 볕이 좋았습니다. 그 말은 시야가 좋다는 말이에요. 나무와 풀이 더욱 초록이라는 뜻이에요. 때 되면 떨구는 은행이 더욱 노랗다는 뜻이에요. 절기에 맞춰 겪는 시선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가을.
   시월을 좋아했습니다. 태어난 달이기도 하지요. 나는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았습니다. 일상이며 어느 때와 같이 일을 하고, 같은 밥을 먹곤 했습니다. 강릉에 갔습니다. 추워진 바다를 참 좋아합니다. 모래 위에 조각 케이크를 놓고 초를 불었습니다. 저녁에 차려준 소고기 미역국을 곁들여 식사를 했습니다. 누군가 밥상을 차려준 건 처음이었습니다. 감나무가 보이는 집에서 차려준 이와 나눈 온기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 보니 또 다른 이가 미역국을 끓여 놓았습니다. 미역국을 먹는다는 건 어머니의 은혜에 감사하는 일. 날 적의 고통을 상기하며 무병장수를 빌었습니다. 올해는 유독 복이 많은 해인가 봅니다.
   설렘이 없어진다는 건 그만큼 더 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생겨버린 겁이 많다는 건 그만큼 지금 이 일과 현실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부상에 대한 아쉬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기를 나누어 절기를 지내봅니다. 매달 매년 같은 때를 맞이하는 건 설렘이 덜 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을 잘 살고 있습니다. 음식을 먹고 풍경을 보는 일. 무엇을 하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볕이 좋다는 말은 알맞다는 것.
   그때를 잘 지내는 우리를 빗는 말.
   봄과 가을이 짧다고 누가 그랬을까요.
   올 계절은 때맞춰 오고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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