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때를 사랑해야지
   십일월.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고 그렇다고 그 시간을 버리기엔 아까운 시점이다.
   어느 시인의 말.
   나무는 어느새 겨울나무가 되었다. 계절과 나무를 엮는 이유는 흔한 풍경이어서다. 철마다 색이 다르고 피우는 게 달랐다. 앙상해진 너희는 부피를 줄여 겨울을 나는구나. 어렵게 피운 꽃을 포기하며 열매를 맺을 테지. 나는 무엇을 피우고 포기했던가.
   그러니까 겨울은 그런 때.
   살이 베일만큼 시린 때. 몸을 가장 움츠리고서 경험을 돌보기 좋은 때. 귤에 핀 하얀 곰팡이 같은 때. 대부분 흐리거나 버짐처럼 하얗게 일어났다. 추적한 겨울비에 안개가 내렸다. 사람은 그럴 때 내면으로 향한다. 계절과 날씨의 힘을 빌려 고개를 돌린다. 대부분 밝은 면을 보다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얼굴 마음 체취 자국을 말이다.
   모든 때를 사랑해야지. 밖과 안은 자체로 나이니까. 지레 겁먹고 눈을 감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밖이 흐린 이유가 없으니까. 고개를 돌려 속을 볼 이유가 없으니까. 추하고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봐야지.
   겨울나무는 추하다. 앙상하다. 약한 뿌리는 그대로 동사해버린다.
   나이 많을 나무야, 초록이 되려면 몇 달 남았다. 수십 번 모습을 받아들이고 나이테를 그려왔구나.
   앙상한 나무야. 멀리 보면 하얀 배경에 가시 같은 나무야. 피우고 포기하길 멈추지 말아라.
   가을 역시 K-가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뻤다. 느리게 물들어 길게 아름다웠던,
   생에 가장 완연한 십일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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