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에서 안부
잎이 주저앉는 중입니다
볕을 가득 머금고 노랗게 변해
흙과 어울리듯 바닥에 내려앉고 있습니다
아저씨가 열심히 쓸어 담고 있습니다
다 한 것들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초록은 가득 채웠다는 뜻일까요
그렇다면 당신은 무슨 색인가요
어디쯤 오셨는지, 밥은 챙겨드시고 계신가요
좋은 사람
여자는 늘 곁에 있습니다
내가 아플 때 밥은 먹었느냐고 물어봅니다
입맛이 없어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흰죽을 만들었습니다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으로 향을 내었습니다
한술 입에 밀어 넣었습니다
건더기 없는 멀건 죽은 잘 삼겨집니다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더욱 화를 낸다는 말
아껴주고 소중히 다뤄도 모자를 사람
사랑스러운 눈 맞춤을 해야 할
그런 대상에게 말이에요
어렸을 땐 몰랐습니다
여자가 항상 죄를 품고 산다는 것을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
부탁할 때 오랜 시간 고민하고
말을 터놓는다는 것을
밥을 챙겨주지 못해서
바쁜 생활 탓에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해한다는 것을
아니요, 나는 괜찮습니다
아주 풍족하게 살아왔습니다
굳세고 지지 않을 각오로 살아갑니다
덕분에 단점이 적은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구석에 있는 잎처럼 쌓아둔 게 아니었을까요
전부를 다하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요
얼굴 못 볼 땐 그토록 그리워하면서 말이에요
초록이 되기 전 떨어지고 있을 때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아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당신의 주름을 만져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나에게 사죄하지 말아 주세요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무슨 색인가요
얼마큼 채워져 있나요
당신을 쓸게 된다면
결국 떨어져 색을 다하게 된다면
예쁘고 고운 자루로 모아
한편에 모셔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