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기억
움직일 힘도 없다면서
손녀 앞에서 춤추며 놀아주는 할아버지
영하의 온도
밖에 나가 산책하고 싶다는 말에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걸음을 맞춰 느리게 걷는 어머니
눈 오는 날
맛집이라고 줄이 길게 늘어져 있던
국수 가게 앞에서 한참 기다렸던 둘
여우비 내리는 날
우산은 챙겼을까, 비를 피했을까
날씨를 핑계로
마음도 변덕 부렸던 날
거리가 멀어도
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늘 먼저 나서며
데리러 갈까 묻던 사람
기차 타고
몇천 킬로를 옮겨갈 때
한없이 창밖을 보고는
밥은 챙겼을까 하고
되짚던 생각
박힌 못에 새 달력을 걸고
음력으로 기념일과 기일을 챙기는 사람
매번 달라지는 동그라미 위치
다른 날짜에 같은 것을 기억하며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맞이할 용기
작년과 겹치는 날이면
그런 우연도 없다며
두 번 세 번
어쩌면 그 이상을 곱씹는 사람
단언하며 뱉기에
그토록 어려운 마음이라
길게 늘어놓아야 할 것이다
여전히 잘 모르지만 가끔은
어떤 순간이
마음을 울리고 덥히는지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