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사슴과 여우가 다니는 도시
눈이 하루 종일 왔다. 버스를 타고 후라노 비에이를 가는 길. 마주 보는 곳에 달리는 자동차가 보인다. 머리엔 쌓인 눈을 가득 싣고 온다. 사람들은 장화를 신고 나선다. 두꺼운 잠바와 장갑으로 무장하고 넉가래로 길을 만든다. 단독 주택이 촘촘히 채워져 있다. 높은 층계가 없어서 설산이 가까워 보인다. 주민들은 하얗게 쌓인 것들을 치우며 안부를 묻고 살아간다. 극에 가까워 낮이 짧고 팔 월부터 긴 팔을 입는다. 트렁크에는 항상 덕 다운과 이불을 챙겨야 한다. 예비 휘발유도 싣는다. 사륜과 윈터 타이어가 아니면 눈길을 견딜 수 없다. 빛이 걷히고 블루 아워가 찾아오면 거리와 도로엔 인기척이 없었다. 사람보다 곰과 여우와 사슴이 더 많은 곳. 주민들은 저주받은 도시라고 불렀다.
비에이 역 근처를 걸었다. 몇 개의 카페와 밥집이 있었다. 쌓인 눈이 한적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준페이는 사람들로 붐볐다. 문득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서로가 사랑해서 가능한 일 같았다. 고작 식사를 위해 손과 발이 얼고 귀가 붉어졌다. 추위에 약한 여자를 위해 데워둔 핫팩을 건네는 일. 목도리를 둘러주고 몸을 맞대며 체온을 유지하는 일. 두세 시간을 기다리며 둘은 더욱 애틋해지고 있었다.
물기가 없는 눈은 잘 뭉쳐졌다. 유난히 눈사람이 많이 보였다. 기둥과 벤치, 가게 옆 공터. 철도 옆과 도로에도 크고 작은 것들이 생겼다. 차가운 사람을 짓는 사람들. 생명은 없지만 분명 살아있다. 해가 내리면 녹아 없어질 테지. 서있는 동안은 누군가를 괜히 웃게 만들었다. 지나가다 돌이라도 얹어 꾸며주었다. 눈사람의 선한 영향력을 믿는다.
돌아가는 버스 창밖을 보았다. 역시나 눈이 내리고 있다. 한없이 밖을 보는 일. 하루의 시작부터 보고 듣고 마음으로 느꼈던 것. 나는 눈이 없으면 세상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귀가 없으면 듣지도 못했을 것인데. 사람은 연약하기 짝이 없어서 감각의 도움이 없으면 마음을 넓히지도 못한다. 며칠의 기억을 간직하고 이불을 덮는다. 아마도 그건 기다리며 건넨 핫팩처럼 뜨거운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