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단편 3
#16 안녕
무조건적인 안녕을 바랄게
아니지, 끝을 모르는 여명이다
전화가 올 때면
덜컥 내려앉으며 걱정이 앞선다
표면적으로 보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뇌에 특별한 필름이 있다면
담긴 장면을 스스로 태운다
소각 소각
방황하는 밤
골짜기에 길 잃은 아이처럼
예견되지 않은 이별은 당혹스럽고 자책과 분노를 만들어 낸다 후에 연소되어 그리움만 남게 되겠지 묵묵히 그들을 위해 자리를 지키며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친절과 효를 베풀며 안녕을 바랄게
#17 매켄지 운동
유연하게 살기 위해선 여러 방법이 있겠지. 부담을 놓아주는 연습을 하면 좋아요. 뻣뻣하게 굳어있으면 두통에 시달리고, 살짝 닿아도 깨지고 흉 지거든요. 운동이든 멍 때리기 든 사람을 만나는 것이든 실천해 보세요. 가려운 곳을 긁어주세요. 앉아있다면 엎드려보세요.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턱밑에 주먹 두 개를 괴어 보세요. 몸에 힘을 빼고 들숨 날숨에 집중하며 긴장을 풀어보세요. 매켄지 운동을 기억하세요.
#18 고마움을 나눌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커피를 받을 때 고맙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 받을 때 고맙습니다. 떨어진 내 물건을 주워줬을 때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할 때 고맙습니다. 고마움을 나눌 때 고맙습니다.
어려우면서도 쉽다. 부담스러울 배려도 어찌 보면 고마울 일이다. ‘고맙습니다’ 다섯 글자에 가려진 마음. 배려해 줘서 고마워요.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별거 아니지만, 사소하지만 고맙습니다.
받은 만큼 나누고 싶다. 오히려 더 나누며 살고 싶다. 서로가 고마울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전하지 못했다면 늦지 않게 말해보시기를.
많이 고맙습니다.
#19 빛그림
풍경에 따라 다녔다
사진첩에 어느새
보다 많아졌다
생에 풍경인가 보다